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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돈, 돈.

미쳐 날뛰는 환율 때문에 원하던 돈을 전부 환전하지 못한 나로서는 점점 줄어만 가는 잔고 앞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물론 송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모처럼 홀로 나와 사는데, 나와서까지 부모님의 원조를 받아서야 나온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홀로 서보자. 라는 것이 내 생각.

그렇기에 집 앞의 99엔 샵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정보는 제법 기쁜일이었다. 학교가 9시에 시작해 12시 20분에 끝나면 집에 돌아와 공부를 빙자한 TV 시청, 공부를 빙자한 일본인과의 잡담, 공부를 빙자한 맥주 공급. ...아 마지막은 좀 아닌 것 같지만서도 아무튼 그렇게 저금을 갉아먹는 생활을 하던 나는,
 
당장에 "점장님, 일이 하고 싶습니다 점장님!" 라고 정대만 처럼 전화를 걸어 멋지게 취직!

이면 좋았으련만 세상 일 그렇게 쉽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선 이력서를 한통 첨부해서 가게로 와주세요."

단숨에 소설 한편을 작성한 후, 집에서 3분 거리도 안되는 가게로 돌입했다.

"안녕하세요! 면접을 보기로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만, 점장님은 계십니까?"

아아, 얼마나 낭랑하고 기분 좋은 목소리가 가게에 울려퍼지고 있는 걸까요! 계산대에 서있는 알바생은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그에게 약간은 수줍어하는 얼굴로 점장이 있는 창고 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 쪽으로 가주세요. 점장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얼굴을 붉힌다. ...기대는 금물, 이 녀석도 남자다. ...얼마나 곤란한 몸인가. 남자에게 인기 많은 남자. 상진씨는 그런 사람이다.

면접을 본다.

이름을 묻고, 어디에서 왔냐는 둥, 학교는 어디 출신이냐는 둥, 아무래도 좋은,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얘기를 하던 도중 A4 용지 한장을 꺼낸다. 일본어 시험이라도 볼 요량인가 싶어 살짝 긴장했다만 A4 용지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은 숫자.

......

초등학교 산수 시간도 아니고, 만 23세의 상진씨는 점장과 나란히 앉아 사이 좋게 뺄셈 연습을 했다. 100엔 1000엔 10000엔이 주어졌을 때 거스름 돈은 얼마입니까. :) 아아, 건설적 건설적. 제 능력은 이 정도입니다 점장님!

"주변에서 당신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일이 정확하고 빠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까? 책임감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있나요?"

아니아니 점장님, 그걸 제 입으로 쑥쓰럽게 어떻게 말하나요.

"물론입니다. 50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일을 해 이미 아르바이트에는 숙달되어 있고, 상황 판단이 빠르고 일처리가 확실하며 성실해 같은 아르바이트생 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아직 접객업에서의 일은 익숙하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않습니다."

그래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뻔뻔하죠.

...일요일 핸드폰으로 고용할지 고용하지 않을지 연락을 준다는 말을 끝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점장실을 나섰다.

시급 900엔.

오늘 환율을 적용시 13500원이나 되는 거액이지만 일본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도 힘들 것이고 재미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학교가 12시 20분에 끝나는 나는 오전 일도, 야간에 하는 일도 할 수 없기에 오후에 하는 일 밖에 하지 못하기에 따로 선택지가 얼마 있지도 않다. 일단은 합격해서 조급한 마음이라도 조금 달래줬으면 좋겠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보이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기에.

알바, 99
# by 카이어스 | 2008/10/23 10:42 | life_lo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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